썰 모음/사이다

명절에 친정 먼저가는 며느리 된 썰

고삼이 2021. 3. 26. 08:07

출처: 네이트 판

저는 결혼 2년차, 20대 후반 흔하디 흔한 대한민국의 며느리임.

어느 덧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고, 게시판에 시댁/친정 방문 관련 글들이 많이 보이고 있음.그래서 명절에 친정에 먼저가는 며느리인 나의 이야기를 결혼의 우여곡절부터 간단히(?) 풀어보고자 함. 약간 길 수 있음

때는 작년, 예비신랑과 결혼을 한창 준비하고 있었음. 처음에 신랑을 통해 시아버님께서 집을 구할 때 1억원을 보태주신다고 전해 들었음.당연히 너무 감사한 일이였음.

그래서 그 금액 1억을 고려해서 집을 알아보러 다님
마음에 드는 집이 나와 계약하려고 아버님께 전화를 드림. 아버님 왈, 1억을 보태주는데 돈이 없으니 대출을 받아서 보태주겠다 하심.1억에 대한 대출이자는 우리보고 내라고 하심.

읭???? 대출은 우리도 되는데????이자까지 우리가 내면 어디가 보태주시는거임????

갑자가 말바꾸신 아버님에 예비신랑 급 당황. 아버님이랑 엄청 싸우고 결국 이자 없이 5천만원을 지원받기로 함.
나는 사실 5천만원 보태주신 것도 너무 감사했기 때문에 신랑을 오히려 다독임
(시댁에서 5천 해주는데 너는 뭐한거냐 하시겠지만 내가 모은 돈도 신랑보다 더 많았고, 친정에서도 물론 지원 많이 해주심)


여튼 그렇게 이야기는 마무리 되는 듯 하였으나 갑자기 시어머님께서 엄청난 액수의 예단을 요구하심.
무려 3000만원!물론 돌려주시는 것도 없다고 함ㅋㅋㅋ, 꾸밈비와 예물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없음. 3000만원의 기준은?? 신랑 여동생이 결혼할 때 시댁에 해간 예단 금액이라고 함. 우리 시누 강남 부잣집에 시집감. 물론 강남에 집 한채 받고 온갖 명품 예물 다 받고 시집감.근데 시누가 결혼할 때 그정도 했으니 나도 그정도 하라고 하심.

그리고 신혼집 위치는 시댁 판교와 가까워야 자주 드나들 수 있는 강남으로 하라고 하심 ㅋㅋㅋ
(누구는 강남 안살고 싶어서 강남에 집 안구하겠음? ㅋㅋㅋㅋ)
물론 신랑선에서 컷트하려고 했으나 시어머니 울고불고 난리가 나심. 아들 힘들게 키워서 이정도도 못받냐고 몇일을 눈물 바람하셨음.신랑이 우리 돈 없다. 집 구할려고 해도 빚이 1억이 넘는다 말씀드렸으나그러게 왜 돈을 헤프게 썼냐고 하심 ㅋㅋㅋ
(신랑 총각시절 시댁살면서 생활비 몇십씩 드리고. 아버지 어머니 환갑에 몇백씩 드림. )

여튼 고민끝에 결혼은 해야겠기에 신랑을 통해 협상을 함. 원하시는 예단은 드리겠다. 단 신혼집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하겠다. 협상 완료되었음.
(다행히 시누가 시어머니를 설득해서 예단의 일부분은 돌려받음)
그리고 난 신혼집을 시댁에서 아주 멀리 강서구로 잡아버림. 시어머니 운전 못함, 시아버지는 방랑자셔서 시어머니 모시고 안다님.
결국 운전도 못하고 지하철 타고 다니실 체력 안되시는 시어머니, 집들이 한번 빼고 우리 집 근처도 구경하러 못오심.

그리고 우리는 결혼 당시 차가 없었음.
시댁에 드린 예단비로 결혼과 동시에 차를 살려고 했던 우리 예산은 펑크가 나고, 없이 사는 딸내미 불쌍했던지, 아님 딸 기죽이기 싫었던지 친정 엄마가 차를 한대 뽑아주심

!그 차 타고 시댁감. 시어머니 '아이구 우리 아들 차 좋네~~'하심. 신랑 바로' 이게 왜 내 차야. 민정이꺼지(내 이름)' 함. 시어머니 꿀먹은 벙어리 되심 ㅋㅋ

이윽고 결혼 후 추석 명절이 되었음. 신랑 1남1녀, 나 1남1녀, 시누이 1남1녀, 우리 새언니 1남1녀. 사실 시댁먼저 갔다 친정을 가면 우린 아무도 형제자매를 볼 수 없음.그래서 신랑이 시어머니께 제안함. 여동생도 늦게 오니 처갓집 먼저갔다가 시누이올 때 맞춰서 가면 안되겠냐고.
우리 시어머니 당연히 시댁을 먼저와야지!!! 난리치심
(사실 우리집은 제사도 없고 우리 새언니 친정은 우리 친정 옆집, 새언니는 아무때나 자기 친정가도 상관없다고함. 고로 우린 언제가나 오빠네를 볼수 있음)

일단 시어머니 뜻대로 시댁을 먼저감. 앞에 말했다시피 우리 시아버지 방랑자. 집에 늘 안계심.우린 애도 없고 가봤자 시어머니, 신랑, 나 세명뿐임. 시어머니 우리가 12시쯤 도착하자 엄청 구박하심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그리고 남편은 거실로 나가라고 하고 바로 나에게 전을 부치라고 시키심. (우리아빠 6남매 막내, 나 그런 아빠의 막내딸. 곱게 자라 전한번 부쳐본 적 없음. 부끄럽지만 어떻게 부치는지조차 모름)

그 때 우리 남편, 어머니가 주는 후라이팬 낚아챔. '엄마, 민정이 이런거 못해' 하면서미친듯이 전을 부침. 나는 남편 말리며 괜찮다고 내가 하겠다 해도 양보 안해줌. 시어머님 1차 당황. 여튼 신랑이 열심히 전 부치는거 구경하다 신랑 힘들꺼 같아서내가 부쳐보겠다고 함.

열심히 전을 부치기 시작. 갑자기 시어머니 '민정아!!'부르심.내가 실수로 계란없이 동태에 열심히 밀가루만 뭍혀서 굽고 있었던 것임. 신랑이 다시 후라이팬을 가져가고 그날 전은 신랑이 다 구움ㅋㅋㅋ

전을 다 부치고 난 오후, 사실 뭐 할께 있겠음. 신랑네는 친척들도 안옴우리 셋이 뭐 밥먹고 계속 TV보고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또 TV보고....지루.....
시어머니는 시누이 오면 같이 저녁먹고 가라는데
신랑은 당연히 처갓집 가겠다고 일어남.

그리고 나는 친정으로 가서 처갓집 먼저 갔다온 오빠네랑 만나서 부모님집에서 하하호호 명절을 보냄.

그 다음 올해 설날. 시어머니 처갓집 먼저 갔다가 시댁 오라고 하심 ㅋㅋㅋ

음식하라고 불렀더니 자기 아들이 다하고, 자기 딸과 아들 같이 보지도 못하고. 셋이 있어봤자 할 것도 없고 시누이 오면 또 밥 차릴려니 힘드셨나봄. 난 그렇게 설날부터 처갓집을 먼저가는 며느리가 되었음.

사실 나도 우리 시어머니가 무조건 시누이 보고 가라는 아주 비상식적인 분은 아니기에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함.그리고 든든한 신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임.

여튼 여기까지 사소한 사이다 아닌 사이다 나의 시집살이 얘기였음!
대한민국 며느리 명절에도 기죽지 말고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