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여기서 가장 무서운 괴담을 말한 사람은 식대 면제 - 04

고삼이 2021. 3. 28. 23:51

출처: 네이버 블로그

드디어 마침내 때가 왔습니다.

테이블이 돌아서 바로 저, 화음이쟝이 이야기할 때가 되었던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이야기는 몇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로, 당시는 화음이쟝이 아직 로스쿨 학생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전 선배들처럼 업무를 수행하다가 조우한 무서운 이야기는 할 수 없었죠
만약 지금 시기에 이런 괴담 배틀(...)을 개최했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로스쿨 입학 시험을 준비하던 당시,
쿠로코의 농구에 빠져서 공부를 아주 게을리 하는 바람에 결국
지망하던 로스쿨은 떨어지고 결국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로스쿨 입시 공부 열심히 하도록 하세요.

지방 로스쿨에 입학하면 제일 큰 문제는 역시 취업...이 아니라 숙식을 해결할 곳이 필요해진다는 겁니다.
특히 제가 입학했던 로스쿨의 기숙사는 여름이 되면 비에 젖은 판넬이 천장에서 떨어지고, 겨울이 되면 건조해져서 비염 환자가 속출하고,
일대에 서브웨이는 커녕 웬만한 샌드위치를 파는 카페도 없어서 냉장고에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넣어두면 한입만 훔쳐먹는 놈들이 튀어나오고,
가끔 밤에 기숙사 복도를 걷다보면 바닥에 거뭇거뭇한 것이 보이는데 그건 지나가던 학생들이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를 짓밟아 놓고 시체는 귀찮아서 치우지 않아 남은 잔해물이 널려 있다든가,
술에 취한 남자가 칼을 들고 여학생들을 쫓아오기도 하고,
몰래 화장실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이 화재를 일으켜서 큰일이 일어날뻔한 적도 있었고,
식당 입구의 커다란 철판 천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사람 목숨이 위험했던 적도 있었고,
이미 몇년 전에 블로그에도 소개했던 적이 있었던 이야기인데,
제가 시험을 끝내고 심야에 기숙사에 들어왔는데 제 기숙사 방앞에 어떤 여자가 쓰러져 있는 겁니다.
그래서...
....아 뭐 됐습니다. 그 이상으로 이야기하면 진짜로 무서운 이야기니까요.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많아서 아주 악명이 높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건물을 "흉가"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이쯤되면 흉가네요.


그러나 저는 학비와 집세를 아끼기 위해서 기숙사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비를 대주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데다가,
솔직히 저도 혼자 살면 학교를 가지 않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테니프리 삼매경으로 인생을 망칠 것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숙사에 살면 아무래도 본가에 왕래하는 일은 거의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저는 머리가 나빠서 로스쿨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도 가지 않고 기숙사에 처박혀서 테니프리 애니나 보고 있어서,
본가로 올라가면 얻어맞을 각오를 해야 했기 때문에 부모님과의 연락도 끊고 학교도 안가고 더욱 만화에 빠져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면 어찌되었든 본가로 한번은 올라가야 하잖아요?
1학기가 끝난 여름.
기록적인 더위가 있었던 해였습니다.

투덜투덜 짐을 싸서 본가로 올라가서 한 일주일 정도를 요양하게 되었는데요.
그 해는 유난히 집에 모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심할 때에는 한 방에 모기가 6마리 넘게 잡을 때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모기가 올라오는지 몰라서 하수구를 실리콘 커버로 꼼꼼하게 막기도 하고,
대대적으로 소독도 해보았지만 모기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기숙사에서 데려오지 못한 인형과 피규어를 끌어안고 데굴데굴 굴러다녔는데요.
아끼던 굿즈 중 하나를 찾을 수 없어서 한번 방을 통째로 뒤집어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대대적으로 방을 청소하던 중 문득 창틀을 닦아야지, 하고 평소에는 시야가 닿지 않는 창틀 속으로 물수건을 넣은 순간
창틀에 고여 있던 물이 흘러 넘치면서

동시에 꿈틀꿈틀꿈틀 하고 굉장한 양의 장구벌레가 같이 방바닥으로 떨어지는데다가
제 손가락에도 활발하게 헤엄치는 장구벌레와 반쯤 짓이겨져서 몸을 비뜨는 장구벌레들이 묻어 있었습니다.

.....
비가 내린데다가 에어컨을 틀어서 생긴 결로현상으로 창틀의 빗물 구멍에 물이 고여 있었는데
그곳으로 모기가 대량으로 번식하여 장구벌레의 서식처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제 방에는 사람이 없어서 창틀에 낀 장구벌레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 동안 장구벌레는 무럭무럭 자라 제 방을 넘어 집안 전체를 장악했던 것이죠.

그래서 전부 청소 후 도망치듯이 기숙사로 떠났는데요.
매일 기숙사 방에서 틀어두었던 가습기 통.
물이 남아있던 통에도 이미 수 많은 벌레가 알을 까두어서 수면이 찰랑거릴 때마다 가장자리에 빼곡히 붙어 있는 알집이 하늘하늘 흩날리고 있었던 겁니다.

........제가 겪었던 가장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자.
모임은 침묵에 빠졌습니다.

대략 제 포지션은

학무의 카자마 정도 되는 위치라서
"저는 사실 4차원의 외계인입니다"라고 고백한다고 해도
"아 저녀석이라면 지금까지 들키지 않은게 더 이상해"라고 끄덕끄덕 납득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무섭지 않아서 한숨 돌리겠구만 했지만
무서운 이야기 축에도 들지 못하는 이야기를 꺼내들으니 모두의 사고회로가 정지된 것이지요.

무섭지 않나?
장구벌레라고?
장난 아닌데

모두가 차가운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가운데
저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제가 겪었던 무서운 이야기를 꺼내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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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부 시절에 겪은 이야기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에는 말이죠. 요즘처럼 1학년 때부터 취업준비러시를 시작하는 시절이 아니라서요.
저학년까지는 돈이 되지 않는 별의별 희안한 일에 몸을 던지는 것이 청춘의 로망이라고 이해해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말이죠.
MB 아웃이라는 붉은 티켓을 들고 한강에서 헤엄쳐서 경찰에 끌려가거나
"졸업을 하더라도 사회의 붉은 별이 되시오!"같은 플랭카드를 걸어놓곤 했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한 시절이라, 요즘에는 볼 수 없는 기묘한 동아리들도 많았습니다.
초능력 동아리나 오컬트 동아리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제가 학생문화관에서 초능력 동아리 회원 모집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포스터에는 일반적으로 동아리 총무 전화번호를 적어두잖아요?
그래서 가입하는 사람이 총무에 전화를 하면 안내사항을 알려주도록 하는 흐름인데,
그 동아리만 마지막 번호를 가려뒀어요.
010-1234-123★
요렇게요
자신의 무의식을 총 동원하여 번호를 찾으라고 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던 것이죠.

저도 한번 저에게 숨겨진 초능력이 있나 문자를 보내보았는데,
당연하지만 꽝이었습니다.

특히 그 시절에는 일본의 익명사이트인 2ch와
우리나라의 익명사이트인 18ch와 어쩌고저쩌고 구글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사이트들로부터 다양한 괴담이 쏟아져 나올 때라서 유령, 귀신, 악령, 오컬트, 도시전설, 타르파, 티벳 명상 등등등에 대한 관심이 솟아오르던 때였습니다.
이대, 신촌, 홍대를 중심으로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만큼 온갖 괴담, 오컬트 소모임이 난무했었어요.

그 절정기가 사령을 소환하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사령의 사는 사死가 아니라 실 사絲의 사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신촌에서 있었던 사령카페 살인사건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실 사령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학을 졸업한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동쪽에서 유령이 나타났다고 하면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서쪽에서 요괴가 나타났다고 하면 부적을 붙여보는 저인지라
그 시절의 오컬트 붐에 춤추지 않을 제가 아니었지요.

당연히 각종 오컬트 괴담 소모임에 참여해서 온갖 괴담을 들었는데요.
그 중에는 코웃음도 나오지 않는 시시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등골이 오싹했던 경험담도 있었던 겁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니 다음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