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여기서 가장 무서운 괴담을 말한 사람은 식대 면제 - 05

고삼이 2021. 3. 28. 23:55

출처: 네이버 블로그

휴.. 좀 늦었네요.


변명을 좀 말씀드리자면 며칠 전부터 컴퓨터에 블루 스크린이 뜨기 시작하더니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눈물을 머금고 전부 포멧 후 다시 윈도우를 설치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치 제가 이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거 같아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죠.

제가 대학 시절에 광기의 오컬트 마니아였다는 부분까지 말씀드린 것 같아요.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은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었고,
대부분 IRC나 MSN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채팅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 마이피플은 이제 없어졌죠.

채팅으로 만난 사람과 이런저런 소모임에 참석했는데,
소모임에 계속 참여하다보면 또 다시 소수의 사람과 친구가 되고, 소수의 친구들과는 모임이 끝나도 2차, 3차를 가거나 별도로 만나기도 하지 않습니까.

저에게도 소모임으로 만난 친구가 총3명이 있었습니다.
항상 소모임이 끝나면 그 친구들과 2차를 가서 괴담 논평을 하거나, 소모임에서는 풀지 못한 무서운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친구들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친구A - 여자. 대학생.
고등학교 때까지 지방의 어느 시골에서 살다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혼자 자취하고 있음.
고시 준비한다고 휴학했지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합격은 못할 것 같음.

친구B - 여자. 대학생.
조용조용하고 마이페이스에 자기가 아싸라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 초 쿨---한 친구.
다만 화음이쟝하고는 같은 학교에 다녀서 지인도 겹치고 헌터X헌터 BL 취미가 맞아서 같이 코믹월드도 가거나 학교 친구들끼리 함께 밥을 먹는 등 친한 느낌
모임에서 화음이쟝과 가장 친분이 있었음.

친구C - 여자. 고등학생.
모임의 가장 나이가 어린 구성원.
익명사이트, 트위터 중독자.
소모임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 가끔 트위터나 익명사이트에서 대놓고 저격을 당하기도 했는데도 아주 당당함.
어느 모임이든 주목과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데 주목만 받으면 뭐든 상관 없다는 식으로 별의별 이상한 거짓말과 소문을 만들어냄.
모임에서 들었던 온갖 이야기를 익명 사이트같은 곳에 무차별적으로 유포하는데,
그것도 사실대로 적는 게 아니라 고의적으로 마구 부풀리고 거짓말을 넣어서 터뜨리기 때문에 모두가 껄끄러워 하는 느낌.
다만 친구A가 불쌍하다면서 모임에서 받아줘서 간신히 모임에 발을 들이밀고 있음.

이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모임에서 친구A가 사실상 대장 같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친구A는 자기는 영감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데,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 얜 뭔가 끼인것 같다"는 느낌을 확 받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친구A는 그 모임에서 가장 무서운 일을 많이 겪었고,
"이 이야기는 그냥 내가 망상해서 지어낸 이야기지 실제 이야기는 아니야~"
라고 시작하는 괴담들도 모두 하나같이 그녀가 생생하게 겪지 않으면 묘사할 수 없는 경지에 있었습니다.

최소 한주에 한번은 만나면서 온갖 이야기를 다 나누었던 모임인데,
어느 시기가 지나자 갑자기 친구A가 한달간 연락이 뚝, 끊겼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인터넷으로 만난 친구들이 연락두절이 되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직접 만났던 사람들끼리는 연락을 끊을 때에도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친구A는 별 조짐도 없이 "응 다음에 봐!"하고는 연락이 끊겼던 겁니다.

모두들 "흠 드디어 지방에 사는 부모님한테 공부는 안하고 매일 주색잡기에 빠져있던 사실을 들켰나보군"하고 어림짐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갑자기 친구A로부터 연락이 와서
"모두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
고 했습니다.
모두들 반색하면서 너도나도 최대한 빨리 나가겠다고 했고, 바람같이 약속이 잡혔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A는 재개한 모임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달 동안 귀신에 씌이는 저주를 받았어"
라고요.

저희들은 그 친구가 은연중에 영감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친구가 "이건 내 망상 이야기야~"는 전제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귀신에 씌였다고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리둥절 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친구A가 대학 입학 직전까지 살았던 곳은 굉장한 지방.

옛날에는
병원이나 시장에 가는 것도 버스를 타면 하루 한나절은 걸리고
택배도 마을에서 떨어진 창고 같은 곳에 일괄로 넣어두면 알아서 찾아가야 합니다.
새마을 운동 때 얹었던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아직도 올리고 사는 집이 있는 것은 물론,
화장실이 실내가 아니라 밖에 설치되어 있는 집도 있었다고 합니다.
대신 지역 주민이 별로 없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대지와 나물이나 열매를 구하는 산이 넓은 것이 장점 아닌 장점입니다.

친구A가 있었던 집안은 그 시골의 지역유지 같은 곳이라서
그 일대 대부분의 토지를 넓게 소유하고 있었는 데다가, 주민들이 집을 팔고 서울로 갈 때도 꼬박꼬박 토지와 집을 사서 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을 개발하거나 약초, 나물을 전문적으로 채취하는 것과 관련된 권한, 저수지의 사용권, 마트, 식당, 출장 다방, 술집 등을 소유해서 친척들끼리 운영하고 이장, 농협 조합장, 목장 조합장 등 중요 자리를 전부 차지했다고 하니 실질적인 시골의 지배자같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한달 전, 친구A는 고향에서 마트를 운영하던 친척이 멀쩡하게 자다가 심근경색으로 비명횡사하면서 장례식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망한 친척은 40대 초반이고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는데,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한밤중에
"그놈이 보고 있어. 보고 있어. 보고 있다고!!"
라는 말을 반복하더니
하공을 향해서 환각을 보며 손가락질을 하고 고함을 치고 물건을 던지다가 쓰러져서 그대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친구A는 집안의 어르신들에게 불려갔는데, 그 곳에서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영혼 결혼식을 해줘야 겠다. 네가 새색시가 되어야 한다. 이제 결혼은 못한다"
....는 겁니다.
당연히 지금까지 유상무상 주색잡기에 매진했던 친구A는 반발하면서 시골을 뛰쳐나가려고 했는데,
어르신들에게 그대로 붙잡혀서 마을의 이력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마을은 지금은 인적이 드물지만 70년, 80년 전에는 나름 번성한 마을이었고, 부촌이었다고 합니다.
산에서 나는 버섯만 주워다가 팔아도 가족들이 먹고 사는데 별 지장이 없을 정도의 풍요로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도 전쟁의 포화는 밀어닥쳐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가혹한 인민재판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민간인들이 인민군 부역자로 몰려서 학살 당했고
그 중에서도 바로 전쟁에서 차출될 수 있는 남성 청년들을 고문으로 괴롭히고 가지고 놀다가 죽여서 불을 지르거나 구덩이를 파서 그냥 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혼란기에도 80년 전 친구A의 조상은 기회주의와 배금주의의 전형 같은 인물로
자신이 미워하거나, 사업에 방해되는 주민들을 재빨리 인민재판에 밀고하고 죽은 사람들의 재산을 헐값에 매입하여 급격히 성장하게 되었던 겁니다.
자신과 함께 살던 많은 주민들이 인적이 드문 풀숲같은 곳에서 한데 뒤섞여 버려지고 들짐승이 뜯어먹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모든 방해물을 숙청하여 그 일대에 제일가는 부자가 된 친구A의 조상.
전쟁이 끝나고 평화를 되찾았다고 방심한 그때부터 갑자기 친척들이 죽거나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오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비명을 지르면서 무엇인가에 도망치듯 추락사를 하거나,
무서운 것을 본 것인 마냥 끔찍한 얼굴로 발작을 하다가 죽거나,
광란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가 목을 메서 죽거나,
하나같이 무엇인가가 "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돌변했던 겁니다.

조상들은 고민 끝에 인근의 법사에게 찾아가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법사는 몇십년 전 죽은 주민들이 드디어 복수를 하기 시작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저승은 이승과는 모든 것이 반대인지라,
약한 자는 강한 자로,
가난한 사람은 부유한 사람으로,
빼앗긴 사람은 빼앗는 사람이 되는 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장례식 때의 수의도 원래는 안쪽에 들어가야 할 솔기를 바깥으로 빼내고
옷깃도 반대로 여미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목숨을 빼앗겼던 사람들은 귀신이 되어서 목숨을 빼앗는 자가 되었다는 것.
이미 악의로 똘똘 뭉쳐버려서 그 집안의 구성원들을 오랜시간을 들여 말라 죽여버릴 작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조상들이 어떻게 도와줄 수 없냐고 매달리니까 법사는 어쩔 수 없이 방책 하나를 알려주었습니다.
인민재판에서 가장 많이 죽었던 사람은 결혼을 하지 못하고 죽은 청년들이었다.
결혼을 못하고 죽은 여성을 처녀귀신이라고 하고, 반대로 결혼을 못하고 죽은 남성을 몽달귀신이라고 하는데
지금 악령으로 모인 귀신들 중 가장 악의가 있는 귀신들이 바로 그 몽달귀신들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독신 여성을 1명 선정해서 영혼 결혼식의 의식을 해라.

법사가 알려준 영혼 결혼식은 특이한 것이었는데
법사는 살해당한 피해자들을 위해서 창혼(唱魂), 게송(偈頌) 같은 것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독신 여성을 열흘 정도 방에 넣고 매일매일 이 창혼의 구절? 주문같은 것을 외우도록 하고,
열흘이 끝난 후에도 매일 밤에 그 주문을 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오직 독신 여성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선정되지 않은 사람은 되도록 그 주문을 묵독(默讀)하거나, 듣지도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선정되지 않은 사람이 그 게송을 소리내서 외우는 것.
악령은 이미 미쳐있고 피아를 구분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 노래를 접한 사람을 "자기의 새색시"라고 생각해서 쫓아갔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 죽여버리기 때문이라고.

조상들은 처음에는 마을에 혼자 사는 과부에게 부탁하여 어느정도의 위로금을 전달해주고 영혼결혼식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과부는 얼마 안가 마찬가지로 미쳐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마을에 오는 떠돌이 거지나, 고아들을 닥치는 대로 새색시로 만들어 주었지만
대부분 발광하다가 비참하게 자살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여러명의 희생자를 낸 끝에 조상들은 어떤 법칙을 발견했는데
1. 영혼결혼식을 시작하는 나이는 16세부터 26세까지의 결혼 적령기의 젊은 여성.
2. 미혼일 것.
3. 신부가 한 사람이면 저주를 홀로 짊어지다가 빠르게 소모되기 때문에 되도록 여러명인 편이 좋음.
4. 되도록 A집안과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이 좋음.
이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신부가 된 여성들이 매일매일 주문을 읊고 있지만
시골은 시골이라 인구 과소화, 고령화가 되어서 중년이 된 여성들만으로는 저주가 버거워지다보니
귀신이 미쳐서 새로운 새색시를 주문하려고 조상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20대인 친구A가 영혼결혼식을 치루어 주어야 겠다고 한 겁니다.
친구A는 거부했지만, 친구가 끝까지 거부하면 친척들이 고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수입원을 그 즉시 절단내는 것은 물론, 여차하면 부모님까지 발광하다가 사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협박을 당했습니다.

결국 친척들이 협박하고, 부모님도 울면서 사정한 바람에 의식을 당해버렸다고 합니다.
이번대의 새색시는 어리고 예뻐서 귀신도 좋아할 거라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친구A가 이야기를 끝낸 직후 모임은 엄청난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모두들 할말을 잃고 입만 벙긋거리고 있자니,
모임에서 누군가가
"의식을 치룬 후에 그 악령을 본 적이 있나요?"
라고 말했습니다.
친구A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 밤에 가끔씩 노려보고 사라진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악령은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물음에 친구A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저는 영감이 전혀 없는 인간이지만 이 순간 만큼은 너무너무 무서워져서 핑계를 대고 최대한 빨리 도망쳤는데, 항상 관심이 고팠던 친구C는 눈이 돌아갔나 봅니다.
그 날부터 단체 채팅방, 개인 채팅방을 막론하고 친구A를 괴롭히며
"그 주문을 알려 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던 겁니다.

휴....이야기가 너무 기네요.
다음편에서 다시 계속하도록 해요.